화웨이(910D 칩)가 엔비디아에 승부를 결정짓는 한 수를 둔 걸까?(2025.05.02)

2025.05.02

Did Huawei Just Say "Checkmate" to Nvidia?

화웨이가 Nvidia에 승부를 결정짓는 한 수를 둔 걸까?

(주: "체크메이트(checkmate)"는 원래 체스(장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상대의 왕(킹)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쓰는 말이에요. 이 상황이 되면 게임이 끝나고 승패가 결정됩니다.)

 

핵심 요점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Nvidia의 H100 Hopper 모델에 맞서는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다
•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Nvidia는 중국 기업에 칩을 판매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 이런 틈을 타 화웨이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중국의 민간 기술 대기업인 화웨이는 현재 Nvidia의 AI 플래그십 칩인 H100에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AI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Nvidia는 AI 칩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점점 더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수출 규제는 Nvidia가 중국 기업에 제품을 판매하는 데 점차 제약을 가해왔고,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Nvidia에게 중국 수출용 GPU에 대해 ‘수출 허가’를 요구하면서 또 하나의 큰 장벽이 생겼다.

 

이러한 상황은 화웨이에게 절호의 기회다. 고성능 AI 칩에 대한 자국 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화웨이가 기술적 진전을 이뤄낸다면, Nvidia를 대신해 중국 내 GPU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Nvidia는 이번 분기 중국 수출용 GPU에 대한 수출 허가 요건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도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중국 내 자국 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Nvidia에 승부를 결정짓는 한 수를 둔 것일까?

화웨이는 어떤 칩을 개발 중일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910D라는 이름의 새로운 AI 칩을 개발 중이며, 현재 테스트 단계에 있다. 이 칩은 이달 안으로 여러 중국 기업들에 샘플 형태로 전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910D 칩은 Nvidia의 H100 Hopper 칩과 경쟁할 목적으로 설계된 제품이다. H100은 Nvidia가 출시한 가장 최신 칩은 아니지만, 여전히 최상급 AI 칩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Hopper 시리즈는 AI 학습 속도 향상, 실시간 추론 처리, 고성능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가속화 등 다양한 고급 기능을 제공한다.

 

화웨이 910D, Nvidia의 H100을 대체할 수 있을까?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작된 수출 규제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Nvidia는 H100 칩을 수정한 H20 칩을 개발했다. H20은 성능이 H100보다 낮지만, 수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제품으로,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든 칩이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AI 칩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안보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를 피해, 중국 기업인 DeepSeek은 Nvidia의 H800 칩을 사용해 ChatGPT 수준의 기능을 갖춘 챗봇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H800은 초기 수출 제한에 맞춰 Nvidia가 설계한 칩으로, H100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H20보다는 뛰어난 중간급 제품이다. 이후 H800 역시 새로운 수출 제한으로 인해 판매가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화웨이의 910D 칩이 Nvidia의 H100에 맞먹는 성능을 진짜로 갖추고 있다면, 이는 중국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Nvidia로부터 구입해 온 칩보다 훨씬 강력한 AI 칩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입장에선 수입 제한을 돌파하고 국산화에 성공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화웨이, 정말 Nvidia와 경쟁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화웨이가 Nvidia의 제품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DeepSeek과 같은 중국 AI 기업들이 제한된 자원으로도 창의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화웨이의 910D 칩이 Nvidia의 H100과 대등한 성능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910D 칩은 H100보다 전력을 더 많이 소모하고, 효율도 낮다.
또한, 리처드 윈저(Richard Windsor, 리서치 회사 Radio Free Mobile의 창립자)는 연구 노트에서 화웨이의 칩은 제조 공정이 7나노미터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반면, Nvidia의 H100은 4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정이 작아질수록 전력 소모가 줄고, 성능은 향상되며, 동일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처리 성능이 향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기술 격차는 성능, 전력 효율, 집적도 측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로선 화웨이가 Nvidia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국산화라는 전략적 가치와 중국 내 수요 대응 측면에서 화웨이의 910D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화웨이의 칩, Nvidia에 진짜 위협일까?

리처드 윈저는 이렇게 말했다.
“결론적으로, 화웨이가 Nvidia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따라서 Nvidia의 시장 점유율이 대거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Nvidia의 H100 칩은 이제 구형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회사는 이미 차세대 칩인 Blackwell 시리즈를 공개했으며, 올해 초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Nvidia는 2026년과 2028년에도 신형 칩 출시를 계획 중이어서, 기술 진화 속도에서 화웨이는 따라잡기 쉽지 않다.

결국 화웨이의 910D가 Nvidia에 "체크메이트"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타당한 평가다.

다만, 현재의 미국 수출 규제가 계속되는 한, 화웨이는 중국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AI와 기술 기업에게 매우 큰 시장인 만큼, 화웨이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